우즈벡 정부는 금번 소요사태로 173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우즈벡 야당 인사나 인권단체는 최소 약 300명에서 최대 10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18일 우즈벡 주재 외교단과 BBC·로이터 등 외국 언론의 안디잔 현장 시찰이 이뤄졌다. 필자도 미국·일본·중국 등 여러 나라 대사들과 함께 안디잔을 방문, 알마토프 내무장관의 안내로 소요현장을 둘러보았다.
軍과 경찰이 완전 장악하고, 시내 요소요소에 장갑차와 트럭들이 차량 소통을 막고 있어 市 전체가 「죽은 도시」처럼 조용했다. 유혈진압이 벌어진 市 청사는 3층 이상이 불에 탔고 곳곳에 총알자국이 있어, 당시의 참상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안디잔에는 우즈-대우 자동차 공장이 있으며, 20명에 가까운 한국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을 대사관 차량으로 수도인 타슈켄트로 대피토록 조치해 교민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안디잔은 우즈벡 국민의 약 10%가 몰려 살고 있는 최다 인구밀집 지역으로 산업 기반이 약한 빈곤 지역이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이슬람 성향이 강해,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활동 근거지가 돼 왔다.
이번 사태는 테러활동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오던 안디잔의 商工人(상공인) 23명이 5월12일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촉발됐다. 가족과 친척들이 항의시위를 벌이다가 이것이 대규모 시위로 발전한 것이다.
경제적 빈곤과 對정부 불만이 원인
여기에 권위주의적인 정치행태, 경제빈곤(1인당 GNP 300달러),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경찰서 및 軍부대를 습격하여 총기를 탈취한 점, 교도소를 습격해 일사불란하게 죄수들을 석방시킨 점 등으로 보아 잘 조직된 집단이 이번 사건을 주도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즈벡 정부에서 이번 사태 주범으로 발표한 「아크로미야」가 테러단체인지에 대해서는 평가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991년부터 집권해 온 카리모프 대통령은 그루지아·우크라이나·키르기스스탄과 같은 「색깔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우즈벡에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발생했다. 1999년 8월 무장세력 700명이 키르기스스탄 인접 국경 4개 마을을 점령하고 수도 진입을 시도한 바 있다. 카리모프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 2004년 3월 경찰관 등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 2004년 7월 미국과 이스라엘 대사관 테러 등이 발생했다.
우즈벡에는 現 집권 세력 외에 野黨세력이 없다. 야당 단체들은 대부분 이슬람 극단주의 등 종교와 관련돼 있어 정부의 탄압 대상이 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다.
미국, 우즈벡에 공군기지 운용
소요가 발생했던 안디잔 지역을 시찰하는 우즈베키스탄 주재 외교관들. |
우즈벡을 비롯한 中央亞(중앙아시아)는 지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고, 중국·러시아·인도 등 大國들과 접경하고 있다. 中東·아시아 全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요충이다. 역사적으로는 셀주크 터키·티무르·무굴 및 몽골이 모두 中央亞 지역에서 기원하였거나 中央亞를 경유지로 활용하여 中東과 인도ㆍ러시아 남부 등을 공략해 大帝國으로 성장하였다.
우즈벡·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등 中央亞 5개국은 전체 면적은 398만7000km2로 중국의 2분의 1, 러시아의 약 4분의 1에 이른다. 中央亞 5개국의 전체 인구는 5850만 명이며, 카자흐스탄(47%)과 키르기스스탄(75%)을 제외하고는 3개국 인구의 90% 정도가 이슬람 교인들이다.
1991년 舊소련의 붕괴 이후 우즈벡을 비롯한 中央亞는 다시 美·中·러·EU의 정치·경제적 이해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석유·가스·석탄·우라늄·금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19세기 세계 전략이론가인 마한은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테러 확산 저지를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바그람) 외에 우즈벡(하나바드), 키르기스스탄(마나스)에 각각 수십 대의 F-15 전폭기와 수천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미국은 유럽(독일)-카스피海-中央亞-西태평양(괌)으로 이어지는 東西 방향의 基地(기지)를 「군사 고속도로」처럼 건설하여 중국과 러시아·이란 등을 동시에 견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中央亞에 대한 과거 연고권을 주장하며,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석유 등 전략 에너지 공급처로서 中央亞는 러시아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러시아도 이 지역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온상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체첸 문제의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략 에너지 확보와 지역安保 차원에서 中央亞 국가와의 관계 강화에 정책적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지난 5월 카리모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6억 달러에 상당하는 원유개발 프로젝트 등 총 21억 달러 상당의 경협 사업에 합의했다. 안디잔 소요사태와 관련 우즈벡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도 우즈벡이 政情 불안으로 인해 內戰이나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 중국 신강·위구르 지역의 政情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개혁 필요
지난 3월 키르기스스탄의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이 총선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의해 축출됐다. 외국 언론들은 이를 그루지아·우크라이나에 이은 또 하나의 민주혁명의 쾌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의 政情은 오리무중이다.
우리는 이슬람 국가에서의 민주화가 至難(지난)한 과제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국가들은 약 1250년간을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이슬람 문화와 공산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왔다.
우즈벡은 키르기스스탄처럼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인구 2685만 명으로 中央亞 국가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우즈벡은 인구의 88%가 이슬람교인으로서 언제든지 이슬람 원리주의가 득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즈벡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넘어가게 되면 바로 中央亞 국가 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우즈벡人이 카자흐스탄 40만 명(인구의 2.5%), 키르기스스탄 60만 명(13.8%), 투르크메니스탄 25만 명(5%), 타지키스탄 179만 명(25%)이 살고 있어 우즈벡의 정세가 全 中央亞에 바로 파급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즈벡은 全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중의 하나이다. 30代 미만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0%나 된다. 이는 우즈벡 미래의 밝은 면이기도 하지만, 경제침체로 인해 국민들의 빈곤과 불만이 심화되고, 젊은이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이용되는 위험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우즈벡에 現 정부를 대체할 야당 세력이 없는 현실에서 과도한 외국의 압력은 최악의 경우 內戰이나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蠢動(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가 취할 바람직한 조치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우즈벡 정부가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발전과 개혁을 해 나가도록 적극 장려하는 일일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003년 5월29일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의 개막식. (왼쪽부터)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아카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라크모노프 타지키스탄 대통령. |
한국, 3000명 산업연수생으로 받아
韓-우즈벡 관계는 1991년 수교 이후 긴밀한 友好(우호)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까지 우즈벡에 대한 제1위 투자국이며 4위권 이내의 주요 무역 대상국이다.
한국은 우즈벡에서 미국·러시아의 뒤를 이어 독일·중국·일본 등과 함께 3위권의 중요한 협력국가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 5월10~12일 이뤄진 盧武鉉 대통령의 우즈벡 국빈 방문 때 양국은 14개에 달하는 각종 협력 협정 및 프로젝트에 합의했으며 유전탐사, 금광개발, 우라늄 공동탐사 추진, 신규 무역금융 제공, 우즈벡 경제개발 전략 공동연구 합의 등을 추진키로 했다.
우즈벡은 고려인 2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세계 제4위 동포 거주국이다. 고려인들은 1937년 극동 연해주에서 우즈벡으로 강제 이주당한 후 초기 정착과정에서 우즈벡 국민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 정부는 100여 명에 달하는 우즈벡 고려인들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시켰다.
매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오는 3000명씩의 우즈벡人을 통해, 우즈벡 TV에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 등을 통해, 한국은 우즈벡 국민들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憧憬(동경)의 나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