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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샘터 12월호~~~^^*이해인 수녀님의 詩 2011. 12. 17. 15:43
해인 수녀의 겨울 편지
감사하면 할 수록
글 이해인(수녀, 시인)
세월이 정말 빠르지요? 1월과 12월 사이의 거리가 어찌 이리 가까운지 항상
놀라게 됩니다. 12월이 되면 한 해 동안 받은 감사의 목록을 몇가지만이라도
마음의 수첩에 적어보고 싶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제가 받은 모든 시간들에게 감사합니다. 가기도 하지만 오기
도 하는 시간들을 새로운 선물로 받아 안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한 해였
습니다. 이 시간 속에 이루어진 새로운 만남과 이별들에 대해 감사합니다. 사람
들과의 새로운 만남은 제 삶에 활기를 주었고, 우정의 행복을 알게 해주었습니
다. 정든 사람들과의 이별은 헤어지는 슬픔이 어떤 것인지, 왜 함께 있을 때 더
잘해야 하는 것인지 앨깨워주었고, 우리 모두가 지상의 순례자임을 다시 깨닫
게 해주었습니다.
한 해 동안 제가 했던 일상의 일들과 봉사에 대해서 감사합니다. 반복되는 것
일지라도 일은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었으며 봉사는 다
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사랑을 넓히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었
습니다. 때로는 무엇을 할 지 몰라 우두커니 허송세월하며 앉아 있거나 스스로
를 '바보'로 여기며 무력함에 빠져 있던 그 시간들조차도 감사합니다. 그 미지
근하고 어리석은 게으름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받았던 칭찬과 격려도 좋았지만 오해 받고 비난 받은 부분들에
대해서도 감사합니다. 칭찬은 간혹 저를 들뜨게 만들었지만 비난은 저의 약점
과 실수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반성하는 겸손의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해 동안 제가 읽은 좋은 책들, 다양하게 먹은 음식들도 감사합니다. 책들
은 저의 정신과 영혼을 풍요롭게 했고 음식은 육신을 지탱하는 양분이 되었습
니다. 한 해 동안 제가 보았던 여러 종류의 그림들, 틈틈이 들었던 음악들도 감
사합니다. 예술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어도 그들이 남긴 작품을 통하여 아름
다운 예술혼과 교감하며 마음이 정화되는 감동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찾아온 질병, 고통, 슬픔들에도 감사합니다. 비켜 가고
싶은 아픔을 내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니 서로 미안하다고 손잡아주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게 되니 약자의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
로 헤아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제가 한 해 동안 바쳤던 기도, 다른 이들로부터 받았던 기도들에 대해서도 감
사합니다. 기도의 달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한 기도를 통해 삶에 필요한 인
내를 배우고 지혜가 밝아졌으며, 이웃이 저를 위해 겸허하고 꾸준하게 바쳐준
기도를 통해서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한 해 동안 제가 받은 여러 종류의 선물들에 대해서도 감사합니다. 물건이든
재능이든 시간이든.... 무언가를 제게 기꺼이 나누어준 이들에게 제때에 충분히
감사하지 못해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모를 때가 많습니다.
제가 아직 살아서 이렇게 감사할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저의 감사 목록은 끝
이 없을 것입니다. 감사하면 할수록 감사가 넘쳐나는 은혜로운 기적을 저는 더
많이 체험하며 살고 싶습니다.
감사의 보석들이 많이 박힌 가슴과 가슴으로 사람 (사진)
들이 만나 진정 감사밖엔 달리 할 일이 없는 아름다
운 세상을 꿈꾸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향
기
또 다시 가는 한 해,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기도 로
하렵니다.
운
"참 고마워요, 힘들어도 아름다운 일 년이었어요!"
말 박인숙
또다시 오는 한 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기도하렵니다.
"참 고마워요, 또 하루하루 살아갈 새 힘을 당신이 주실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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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행복하였답니다
한달에 한번
마치 우리 명랑구름 수녀님을 만난듯
기쁜마음으로 샘터를 받아 보았답니다
어느새
훌쩍
2010년 11월 17일
철없는 농부의 아내
출처 : 민들레의 영토글쓴이 : 나무와새 원글보기메모 :'이해인 수녀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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