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랩] 가을 숙제 (24)이해인 수녀님의 詩 2011. 12. 17. 15:43
기쁨이 열리는 창
이 해 인
<명상의 창>
그리움의 향기
친지들에게서 '그리운 수녀님'으로 시작하는 글을 받으면
반갑고 기쁘다. 그리움이란 단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리움이란 단어에선 비에 젖은 재스민 꽃향기가 난다. 고향
집의 저녁 연기가 보이고 해질녘의 강물 소리가 들린다.
보고 싶다는 말은 또 얼마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가, 언
젠가 친구 수녀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언제 만나지
요? 정말 보고 싶은데......"라고 말했다. 그 말이 하도 애틋
하고 정겹게 들려 나는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 사랑한다는 말보다 / 더 감칠맛나는 / 네 말
속에 들어 있는 평범하지만 / 깊디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라고 시를 썼다. 그런데 어떤 독자들은 그 대상이 이
성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도 많이 던져 이 시
를 시집에서 뺏다가 근래에 다시 넣었다.
늘 감정절제를 수행의 미덕으로 삼는 수도생활의 연륜이
쌓이면 자기도 모르게 '사랑한다' '보고 싶다' '좋아한다'
는 표현엔 인색해지고 오히려 사무적이고 무미건조한 표현
엔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마치 크게 웃으면 안되는 것처럼, 울면 부끄러운
것처럼 경직된 삶을 살진 않았는가 반성해볼 때가 있다. 엄
격한 규율 때문이라고 변명하려 하지만 사실은 덕에 많이
나아간 사람일수록 감정표현을 더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하
는 것 같다.
신과 인간과 사물과 자연을 항상 그리움의 대상으로 삼고
그런마음을 꾸밈없이 표현하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리움은 마음에 고인 호수 빛 눈물'(한기팔). '병이란 그리워
할 줄 모르는 것'(이성복)이라고 노래한 시인들의 글을 읽으
며 나는 오늘도 내 안에 고요히 그리움을 키우리라. 삶의 여
정에서 우리는 모두 그리움의 나그네가 아닐까. 기도는 인
간이 신께 드리는 끝없는 그리움의 향기임을 묵상하는 이
아침, 바람에 실려 오는 태산목 향기 속에 나는 이렇게 읊조
려본다.
"주님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깊어질수록 당신을 닮은 사
람들도 그리워하는 이 마음 어여삐 여기소서. 작은 그리움
들이 모여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게 하소서."
<124쪽 ~ 125쪽>
***********************************************************
추운 초겨울이지만
늦가을
하늘이
참
예쁜
나날입니다
2010년 11월 17일
철없는 농부의 아내
출처 : 민들레의 영토글쓴이 : 나무와새 원글보기메모 :'이해인 수녀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행복에게 (0) 2011.12.17 [스크랩] 샘터 12월호~~~^^* (0) 2011.12.17 [스크랩] 기도의 창 (0) 2011.12.17 [스크랩] 병상일기 4 (0) 2011.12.17 [스크랩] 가을숙제 (23) (0) 201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