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구도 鷄鳴拘盜
계명구도 : 鷄(계) 닭 / 鳴(명) 울다 / 狗(구) 개 / 盜(도) 도둑
닭의 울음소리를 흉내내고 개처럼 좀도둑질하는 천한 재주라는 뜻의 '계명구도(鷄鳴狗盜)는 '잔재주를 자랑한다'는 의미나 '비굴한 꾀로 남을 속이는 천박한 짓' 혹은 '바른 사람이 배워서는 안 될 천한 기능을 가진 사람' 등의 의미로 표현되지만, 실제 고사의 이야기는 '그러한 천한 재주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 과거에 천대했던 재주가 현대에 새로운 재능으로 각광(脚光)받고 있는 것을 보면 시대를 흐름에 따라 새로운 가치의 변화를 실감케 합니다
鷄鳴狗盜(계명구도)는 사마천의 《사기(史記)》〈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서 출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전국시대 당시의 치열한 권모술수(權謀術數)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한 이 이야기는 중세의 격식(格式)과 예의(禮意)를 숭상하던 시대를 지나면서 천한 재주라는 부정적 의미로 굳어져 왔던 것입니다. 대략적인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왕족인 맹상군(孟嘗君) 전문(田文)은 화려한 명성으로 인해 주변에 갖가지 재주 있는 식객(食客)이 많았습니다. 당시 전국의 통일에 야심을 품고 있었던 진(秦)나라의 소왕(昭王)은 맹상군을 자신의 재상으로 인명하고자 진나라로 초빙을 합니다. 소왕의 부름을 받아 맹상군은 많은 식객들과 함께 진나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진상품으로 당시 최고의 보물이었던 여우의 겨드랑이 털로만 만든 갖옷인 호백구(狐白구: '구'자는 '求'밑에 '衣'를 쓴 글자)를 소지하고 갑니다.
왕궁에서 소왕을 알현하고 호백구를 진상하고 조정을 내려오자, 맹상군은 진나라 조정에서 타국의 귀족을 재상에 앉힐 수 없다는 반대여론과 함께 자신을 살려보낼 수 없다는 첩보를 접하고 위기를 모면할 방도를 찾다가 당시 진나라 소왕의 총애를 받던 애첩 행희(幸姬)에게 접근해 무사 귀환을 부탁합니다. 하지만 행희는 조건으로 맹상군이 가져온 호백구를 요구해 맹상군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데 함께 온 식객 가운데 좀도둑질을 하던 식객이 자신이 왕실 창고에 있는 호백구를 가져오겠다고 하고는 밤에 개 흉내를 내어 진나라 왕실 창고로 들어가서 바쳤던 호백구를 훔쳐서 그녀에게 주니, 행희의 간청으로 맹상군 일행은 석방이 되었습니다.
왕궁을 빠져 나와 야반도주(夜半逃走)로 달려 진나라 국경 지역인 함곡관(函谷關)에 이르게 되었는데, 당시 진나라 법에는 첫 닭이 울어야 함곡관의 문을 열어주게 되어 있어서 아직 새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나라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곧 진나라의 추격대가 닥칠 것 같았는데, 이 때 마침 식객 가운데 성대모사(聲帶模寫)를 잘하는 자가 나서 닭 울음소리를 흉내내니 주변의 닭들이 따라 울어 관문 관리가 문을 열었고, 맹상군 일행은 무사히 제나라로 올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진나라 소왕은 맹상군의 귀국을 허락한 것을 후회하고 병사들로 하여금 뒤쫓게 했으나 맹상군은 이미 관문을 통과한 뒤였습니다.
{ 最下者有能爲狗盜者. / 客之居下坐者 有能爲鷄鳴 }《史記, 孟嘗君傳》
다원화되고 개인적 재능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재능을 계발(啓發)해서 새로운 창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의 조성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그렇기에 소질과 적성을 계발에 다소 미흡한 우리 사회의 줄 세우기 풍토를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 계명구도(鷄鳴狗盜)가 아닌가 합니다..
인간의 타고 난 재능(달라트)은 각기 다릅니다. 누구든지 한 가지 재주는 있습니다. 겉으로 보고 사람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도 들어있습니다. 맹상군은 찾아온 식객을 잘 대우하여 이렇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맙시다.
출처 : 좋은글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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