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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언젠가 한번은 매미처럼 앵앵 대다가 우리도 기약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쨍하고 해뜰날 기다리며 살아왔거늘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풀잎에 반짝이고 서러운 것은 서러운대로 댓잎에 서걱인다 어제 나와 악수한 바람이 시체..
시간쓰기 이해인 시간 없어 바쁠 땐 내내 시간 시간 노래하며 무작정 여유를 아쉬워하다 막상 시간이 많이지면 오히려 바쁠 때가 낫다고 한다 바쁠 적에 잠시 잠시 살뜰히 챙겨 쓰던 자투리 시간들이 더 그립다고 한다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
고요한 마음 / 이해인 시끄럽고 복잡하게 바삐 돌아가는 숨찬 나날들에도 방해를 받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마음의 고요를 키우고 싶습니다 바쁜 것을 자주 들여다 보지 못해 왠지 낯설고 서먹해진 제 자신과도 화해할 수 있는 고요함 밖으로 흩어진 마음을 안으로 모아 들이는 맑고 깊은 고요함..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
바람에게/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우울한 날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
내 마음에 그려 놓은 사람 - 이해인 내 마음에 그려 놓은 마음이 고운 그 사람이 있어서 세상은 살맛 나고 나의 삶은 쓸쓸하지 않습니다 그리움은 누구나 안고 살지만 이룰 수 있는 그리움이 있다면 삶이 고독하지 않습니다 하루 해 날마다 뜨고 지고 눈물 날것 같은 그리움도 있지만 나를 바라보는 맑..
♣커피 한잔에 사랑을 담아/이해인♣ 그대 그리움 한잔에 커피잔에 물을 따르는 순간 부터 그대 향이 마음에 먼저 들어 왔습니다 커피를 유난히도 좋아한 그대의 그윽한 영상이 커피향 만큼이나 나의 온 몸을 감싸고 피어 오릅니다 오늘의 커피에는 그대의 이름을 담았습니다 나의 목을 타고 흘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