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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 숙제 (26)이해인 수녀님의 詩 2011. 12. 17. 15:44
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
<명상의 창>
태풍 매미가 남긴 것
참으로 무서운 태풍 '매미'가 몰아치던 추석 연휴, 부산
광안리 수녀원의 우리도 밤잠을 설쳤다.
어떤 이는 마치 '최후의 심판'을 미리 경험한 것 같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그동안 지은 죄를 생각하면서 두려운 마
음으로 용서를 빌며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다고도 했다. 이
튿날 아침에 보니 장독대의 항아리와 유리창이 깨지고 오래
된 나무들이 쓰러지고 밤부터 계속된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
지만 집과 가족과 생업을 잃은 다른 이웃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일주일 동안 고립되었다가 겨우 구조된 강원도의 어느 주
부가 "사람을 처음 보았다"며 서럽게 우는 모습이 신문에
실린 걸 보고 나도 눈물이 났다. 우리도 급한 대로 몇 명의
수녀들이 옷가지와 생필품을 싣고 도움을 요청하는 거제도
의 어느 교회에 다녀왔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 없다.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장소마다 여기저기서 나름대로 도움
의 손길을 보내고는 있지만 웬만한 노력으로는 부족할 듯하
다.
큰 불행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늘 마음이 아프고 때로는
분노와 원망으로 극단적인 푸념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슬
픔을 당한 내 이웃을 진정으로 따뜻하게 사랑하면서 당장의
고난을 극복하도록 함께 마음을 모으는 지혜일 것이다.
태풍 '매미'는 떠나면서 우리에게 포효하는 음성으로 사
랑을 재촉했다. 나만 생각하는 안일한 태도와 이기심을 버
리고 평소에도 늘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신과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지니고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는 겸손을 지
녀야 한다고 했다.
이런 때일수록 강한 인내와 용기, 내 나
라를 걱정하는 순결한 애국심이 필요하다. 태풍 후의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하늘빛 마음으로 기도해
보자.
"우리 모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내가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가는 노력으로 '나부터 먼저' 참사랑을 배우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탐욕을 버리는 겸손을 배우게 해주십
시오!"
130쪽~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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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994년 12월 인도에서 마더 데레사가 내게 준
사진 밑의 포스터를 종종 읽어본다.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든
늘 '보이지 않는 손님'인 그리스도가
곁에 있다고 생각한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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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
일생 동안 조건 없는 사랑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헌신했
던 마더 데레사가 2003년 10월19일 諡福(시복)되었다. 끝없
는 애덕으로 복을 짓고 복을 나누어 주었으니 그가 복녀로
시복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고유의 성이 따로 있음에도 이름 앞에 늘 '어머니
Mother'라는 호칭이 따라다니고 생전에도 이미 성녀로 추
앙받은 마더 테레사 자신은 정작 "나는 성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며 겸손해하셨다.
버림받고 외롭고 고통받는 이들을 예수님님처럼 사랑한 그
분은 임종을 앞둔 순간에도 "나를 가난한 이들과 똑같이 대
해달라"며 값비싼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젊은 수녀 시절, 기차를 타고 가다 본 가난한 사람 때문에
삶의 전환기를 맞고 스스로 가난한 사람의 대표'가 되기로
작정했던 마더 테레사. 가난한 이들을 말로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함께한 분이었기에 종파를 초월해 끊
임없이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다.
내가 1994년 12월 인도에서 그분을 만났을 때 그분은 이
미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지만 그 푸른 눈은 지혜로 빛났고
주름진 얼굴은 자비와 연민으로 가득했다. "가장 힘드실 적
은 언제셨어요"라고 내가 물었을 때 "예수님이 계시잖니"라
고 하도 간단명료하게 대답해 조금 서운했던 기억이 새롭다.
길거리의 소음이 기도에 방해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노"하고 대답하시던 마터 테레사가 문득 그리워진다. 내가
켠 기도의 촛불 사이로 목 쉰. 그러나 따뜻한 그분의 음성이
들려온다.
"오늘날 사람들은 서로를 돌보지 않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이 겪고 있는 고
통의 의미조차 모르는 이들. 이러한 마음의 빈곤은 치유하
기가 더욱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 안에 대단히 불쌍한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그들을
몰라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미소를 지을 시간도 서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
이 지냅니다. 먼저 우리 가정에 그 사랑과 자비심을 가져옵
시다."
<133쪽~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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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자고
오랜만에
늘 눈이 떠진
조용한 밤
근데요
우리집은요
오늘은 수능일이라 딸내미 학교 안가고
아들놈은 오후수업이라고 아직 안자고 둘이
사이좋게 TV보고 있네요
아이들 아빠도 볼링치고 놀다오셔 방금 잡니다.
정말 오랜만에
나만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가져봅니다
음력으론 10월12일
아직 가을이 우리 곁에 머문 시간이기에
부지런히 가을 숙제 합니다.
2010년 11월18일
철없는 농부의 아내
윤
주
출처 : 민들레의 영토글쓴이 : 나무와새 원글보기메모 :'이해인 수녀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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