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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가을 숙제 (37)
    이해인 수녀님의 詩 2011. 12. 17. 15:49

                                           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

     

     

     

    <독서의 창>

     

     

    우리 것의 아름다움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최순우

     

     

      "한국의 설악산은 너무 아름다워서 해외에 갈 적엔 달력의 설악산

    그림을 떼어가서 벽에 걸어두고 봅니다.  한국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한국인들은 잘 모르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한국에 오래 살며 한국의 미를 늘 새롭게 발견해가는 한 독일인

    사제의 고백을 듣고 나는 왠지 부끄러웠다.  자신이 태어난 모국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재발견하고 가꾸어가는 것 역시 참된 애국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요즘, 동네 책방에서 골라온 책 한 권이 나늘 기

    쁘게 한다.

     

      최순우의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를 읽다 보면 평소에 무심히 보

    아넘겼던 도자기나 옛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고 문득 고궁의

    뜰을 거닐고 싶어진다.  평생을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취해 살았으

    며, '아름다움을 가려내는 눈'으로 소중한 업적을 남긴 그의 글엔 고

    독한 연구가의 가슴 찡한 대목들도 많다.  "옛날 것은 모두 좋다고

    하시지!" 하는 말이 조롱처럼 들렸노라고 고백하기도 하는 그의 글

    에선 그가 좋아했던 '연둣빛 무순 향기'가 나고 '달빛 노니는 창살'

    이 보이고 아름다움을 공감하는 반려를 아쉬워하는 그리움이 출렁

    인다.

     

      "큰 기쁨이란 아마 큰 슬픔하고 그대로 통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떤 때는 정말 좋은 그림이나 조각 앞에 섰을 때 나는 울컥 죽어버

    리고 말까 싶은 감격을 느낄 때가 있어서 어느 친구에게 그 이야기

    를 했더니 그러한 충격은 자기도 가끔 느끼는 일이라고 해서 이것이

    나만이 아니로구나 하는 안심을 갖게 되었다" 하는 구절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러한 기쁨을 나느 너무 오래 잊고 산 것

    은 아닌지?  어쩌면 아름다운 것들을 바로 곁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눈뜬 장님으로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듯하다. 

     

    음악을 듣다가, 그림

    을 보다가, 책을 읽다가, 사람을 만나다가, 항상 새롭게 감동하는 마

    음을 잃지 않도록 나는 눈을 크게 드고 아름다움을 향한 그리움을

    키워가야겠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진정으로 아끼고 제대로 볼 수 있

    는 공부도 좀 해야겠다.

     

     

                                 <194쪽 ~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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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은총의 빛으로 닦아 더욱 윤이 나는

    나의 하얀 주전자에 기도의 물을 채워놓고

    오늘은 녹차를 끓이듯이

    푸른 잎의 그리움을 끓입니다.

    이웃과 함께 나눌

    희망과 기쁨의 잎새도

    함께 넣어 끓이며

     

     

    -- 시 <초대의 말>에서

     

     

                                    <196쪽 ~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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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소멸의 아름다움>, 필립 시먼스

     

     

      친지의 죽음이든 모르는 이의 죽음이든 우리는 단 하루도 죽음

    에 대한 소식을 접하지 않고 보내는 날이 없다.  요즘처럼 불의의사

    고도 많이 일어나는 걸 목격하다 보면 '나의 죽음 언제 어디서 어

    떻게 일어날까" 상상하며 문득 불안감이 엄습할 때도 있다.  11월은

    죽음을 묵상하기에 좋을 달이다.

     

      "지금 나는 휴지 한 장 들어올리는 것조차 힘겹다.  하지만 병에 걸

    린 덕분에 나의 행동을 신성神聖의 맥락 안에서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한 필립 시먼스의 <소멸의 아름다움>을 읽었다.

     

      35살의 나이에 루게릭 병에 걸려 5년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

    고 매일 매순간을 충만하게 살려고 최선을 다한 저자의 에세이는 누

    구를 가르치려고 잔뜩 긴장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자연스러

    움으로 감동을 준다. 

     

     잘 살기 위해서 잘 떨어지는 법도 배우자고 하

    는 그의  '낙법falling' 강의는 매우 인상적이다.  불완전한 우리의 모

    습과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지혜의 빛으로 깨

    우쳐준다.  "인간은 매우 고집스러운 동물이라서 삶을 새롭게 바라보

    려면 강한 충격이 필요하다"는 말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모두 떨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모두 높은 곳

    에서 떨어져 깊은 곳을 향해 한창 하강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신

    의 은총으로부터 추락하고 있다면, 은총과 '함께' 은총을 '향해서'도

    추락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우리가 고통과 나야함을 향해 떨어지

    고 있다면, 즐거움과 강력함을 향해서도 떨어지자. 우리가 죽음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면 삶을 향해서도 떨어지자."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오늘 이 시간을 더욱 아껴

    써야겠다. 

     

    우리가 남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사랑과 친절뿐이라

    는 것, 깊은 단계에 이르면 인생이 문젯거리problem가 아니라 신

    비mystery라고 표현한 <소멸의 아름아둠>의 한 구절도 새롭게 묵상

    하면서.

     

     

                                     <198쪽 ~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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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다가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창문밖으로

    소리가 나서

    일어났다

     

     

    어젠

    날이라고

    엄니 메주 만드는 날이라고

    오랜만에 촌에 들어가

    옆지기와 도와드리고

     

    그리고

    오늘 나라에서 나락을 사주는

    공판하는 날이라

    건조기에 들어 있는 나락을

    40키로 공판 푸대에 담아 

    시골집 옆에 있는 마실 창고로 가져가기 위해

    차에다 경운기에다 실어 놓고 준비를 해 두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온몸이 쑤시고 아프기에

    장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바로 와서

    잤다

     

    푹 자고 나니

    몸이 개운하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는것을

    느끼겠다

     

     

    피곤하다

     

     

     

     

     

     

    2010년 11월29일

     

     

     

     

    철없는 농부의 아내

     

     

    출처 : 민들레의 영토
    글쓴이 : 나무와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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