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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가을 숙제 (28)
    이해인 수녀님의 詩 2011. 12. 17. 15:45

                          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

     

     

     

    <명상의 창>

     

     

    6월, 장미, 붉은 악마

     

     

      뜰에 붉은 장미가 한창이다.  장미를 보면 '나는 한 송이

    장미에서 그리스도의 피를 보네'라고 노래한 시인이 생각

    난다. 

     

      6월은 '성심성월'이라 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상

    징하는 붉은 하트 모양이 그려진 성화에 새겨진 기도문도

    자주 외우고 그분의 거룩한 마음을 기리는 성가를 자주 부

    른다.

     

      오늘은 아침미사 후에 관례대로 체조를 했는데 무용

    을 전공한 수녀님이 새로 안무한 동작을 <아, 대한민국>노

    래에 맞추어 하니 어찌나 경쾌하고 아름답던지 절로 웃음

    이 났고, 느티나무 소나무도 우리와 함게 몸음 흔드는 것

    같았다.

     

      전국민이 축구의 열기에 취해 있던 2002년 6월, 우리는

    거리응원까지 나가진 못했지만 수녀원에서 나름대로 열심

    히 응원하였다.  골을 성공시킨 박지성 선수가 히딩크 감독

    에게 달려가던 그 모습은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한

    마음의 축제가 이루어낸 그 아름답고 감동적인 열기가 주님

    사랑, 이웃사랑에까지 확산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

    각하곤 하였다.

     

      월드컵 경기가 기도시간과 겹쳐서 분심하던

    일, 각자 좋아하는 선수들 얘길 주고받으며 신문을 보던 일,

     

    해외에 나갔다가 'be the reds!"가 새겨진 붉은악마 티셔츠

    를 입은 한국인들을 만나 정답게 인사했던 일들을 잊을 수

    없다.

     

      세상을 철저히 떠나 사는 가르멜 봉쇄수도원 수녀들

    도 동네가 하도 시끄러워 할 수 없이 이례적으로 TV를 보고

    나서는 ' 축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했단다.  그

    말을 나의 언니 수녀님께 전해 듣고 유쾌하게 웃었던 6월,

     

    많은 이들이 꿈에서도 외치고 환청으로까지 들었다는 '대

    한민국' 구호와 박수소리가 문득 그립다. 

     

    그렇게 뜨겁게 삶

    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열정이 우리

    안에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 

     

    아낌없이 응원하며 지칠 줄 모

    르는 사랑, 모르는 이와도 얼싸안는 믿음과 신뢰, 자발적으

    로 실천하는 예의와 질서가 언제나 우리의 것일 수 있는 붉

    은 힘, 고운 힘을 다시 키워가자.

     

     

     

     

                            <142쪽~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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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부르는 이름

     

     

      경기도 파주에 있는 수녀원에서 4박5일의 피정을 하였

    다.  날마다 새롭게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모으는

    단순한 기도로 이어졌는데 긴 시간 고요히 잠심하려는 노력

    만으로도 마음이 맑고 순해졌다. 

     

     사랑하는 이들끼리는 서로

    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듯이, 그리스도

    인에겐 예수님의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는 것 자체가 훌륭한

    기도임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

    도 잠을 자다가도 문득 그분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은 내면

    의 빛과 향기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사랑은 이름을 부르며

    깊어가는 그리움' 이란 생각이 든다.

     

      12월이 되면 사람들은 서둘러 선물을 준비하고 예수님을

    잘 모르는 이들조차 캐럴을 통해 무심코 그분을 찬미한다.

    상점에서 파는 카드엔 예수님과 성모님과 성 요셉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성탄을 축하하는 12월은 분명 사랑

    과 용서의 계절이다.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사느라 서로서

    로 돌봄이 부족했던 가족과 친지의 이름을 사랑으로 정답게

    불러주면 우리 마음엔 따뜻한 등불 하나가 켜질 것이다.

     

      12월에 우리는 서로 잘못한 일들을 진심으로 용서 청하며

    함께 웃어보자, 욕심을 버리고 단순하게 살겠다고 결심하고

    서도 달라진 게 없고 더 복잡해진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

    되 다시 시작하는 겸손과 용기를 지니자, 선과 진리를 향한

    노력이 부족하고 사소한 것들을 인내하지 못해 그르친 날들

    을 다시 사랑으로 갚을 준비를 하자.  기도를 잘하지 못해도

    기도하려는 마음을 지녀보자.  바람 속에 듣는 12월의 종소

    리는 아름답고 평화롭다.  오늘 내가 선택한 성서구절에서도

    내면의 어둠을 깨우는 맑은 종소리가 들려와 잠시 촛불을

    켜고 되풀이해 읽어본다.

     

      "여러분은 무엇이든지 참된 것과 고상한 것과 옳은 것과

    순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은 것과 덕스럽고 칭찬

    할 만한 것들을 마음속에 품으십시오"(필립비 4:8).

     

     

     

                         <144쪽 ~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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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어머니의 꽃골무는 어린시절 나의 노리개였고,

    친지들은 이것을 완벽한 예술품으로 평가하곤 하였다.

    골무 속에 담긴 어머니의 세월은 그대로 기도였다.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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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밤

    잠시

    다녀갑니다

     

     

     

     

     

     

     

     

     

     

     

    2010년 11월 21일

     

     

     

    철없는 농부의 아내

     

     

     

     

    출처 : 민들레의 영토
    글쓴이 : 나무와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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