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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숙제 (18)카테고리 없음 2011. 12. 17. 15:39
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
<기도의 창>
(사진)
신간을 모아둔 책꽂이
언제 나도 이토록 나이를 먹은 것일까. 나잇값을 한다는
것은 좀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일 게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며 너그러움을 지니는 것. 남에게 잔소리 안
하고 지나친 요구사항으로 부담을 주지 않는 깔끔함을 지니
기가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
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해야 한다고 나서는 그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
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
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17세기 어느 수녀의 기도문을 자주 읽어 보면서 삶의 지혜
를 구한다.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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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만남'이란 제목으로 독자가 그려준 그림
25년 만에 다시 방문한 소록도에서 이틀을 보냈다. 첫날
은 직원들 대상으로 특강을 했고 다음날은 그곳에서 오래 생
활하던 어느 할머니의 장례미사에 참석했다. 비록 한센병을
앓고 있지만 그들의 애끓는 기도소리는 나의 심금을 울렸고
앞 못 보는 환우가 연주하는 오르간 소리는 눈물겹도록 아름
다웠다. 단어 한마디 한마디에 있는 정성과 힘을 다해 발음
하는 그들의 절절한 기도에서 나는 어떤 신령한 전율을 체험
하며 나 자신의 미지근하고 습관적인 기도가 부끄러웠다.
성당에서 나오다가 인사를 나눈 어느 청년이 나와의 만남
을 하도 반가워하기에 악수하고 나서 살짝 안아주었더니 그
순간 무척 행복했노라며 편지가 날아왔다. 11년간 소록도에
서 생활하며 천 명도 넘는 주검을 보아왔다는 그 삶과 죽음
의 의미를 어느 철학자보다도 실감나게 표현할 줄 아는 그.
"결국은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린 그것을 잊고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여유도 한가로움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사랑하며 웃으며 즐겁게 살아도 부족한 삶의 시간들
인데......"하는 구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내가 소록도에서 만난 한센환우들의 이야길 하니까 어느
친지는 "흔히 우리가 문제삼고 고민하는 것들은 진정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에 비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했다. 몸과 마음의 극심한 고통을 겼는 이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참으로 적다. 지나치게 신앙적이며
교훈적인 말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함을 나도 자주 경험
하곤 한다. 참된 위로란 함께하는 마음이고 들어주는 마음
이며 배려하는 마음 외에 다른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누굴
섣불리 위로하려는 의도적인 행동에서 자유로워지자.
<99~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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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으로
9월29일
이제
가을이
진짜
우리곁을
떠나려한다
11월
늦가을이라
할까
초겨울이라
할까
사계절 뚜렷한
우리나라대한민국
참
좋았는데
점점
더운여름과
추운겨울만이
우릴
기다리고
있는듯
하여
아쉽다
햇살은 따사로운
한낮이다
첫번째
시의창
두번째
기도의창
끝냈다
명상의창
독서의창
남았다
가을숙제가
잘 하면
겨울로
이어질 듯 하다
2010년 11월5일
김천장날
철없는 농부의 아내
조
윤
주
출처 : 민들레의 영토글쓴이 : 나무와새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