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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 숙제(7)~~~^^*이해인 수녀님의 詩 2011. 12. 11. 12:55
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
<詩(시)의창>
어느 벗에게
삶이 통 재미없어
죽고 싶다고 푸념하는 그대
사람들이 보기 싫어
무인도에라도 가고 싶다는 그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그 말
조금은 무책임한 습관적 표현이지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떠나고 나면
사람들이 다시 그리워질 거예요
복잡한 시장터에도 가고 싶고
만원버스나 전철을 타고 싶을 거예요
고약한 냄새조차 향기로 느껴질 걸요
그러나 삶의 미운 정도 잘 가꾸며
씩씩하게 살아갈 궁리를 해보세요
그러면 환한 문이 열릴 거예요
나팔꽃처럼 웃게 될 거예요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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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어디 갔다 이제 오니'
어릴 적 동무가 분꽃 향내를 풍기며
정답게 걸어올 것만 같은
해질녘의 골목길
무거운 책가방을 든 나늘
반갑게 맞아주는 엄마의 웃음과
하늘빛 앞치마가 보이는 길
이웃집 마당에 널린 빨래가
춤을 추며 삶을 이야기하는 길
지나간 세월은 다시 오지 않고
나는 계속 앞으로 가고 있는데
왜 자꾸 추억은 힘이 되고
그리운 것은 많아질까
골목길에 서면
행복하다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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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의 이름
내가 신고 다니는 신발의 다른 이름은
그리움 1호다
나의 은밀한 슬픔과 기쁨과 부끄러움을
몯 알아버린 신발을
꿈속에서도 찾아헤매다 보면
반가운 한숨소리가 들린다
나를 부르는 기침소리가 들린다
신발을 신는 것은
삶을 신는 것이겠지
나보다 먼저 저세상으로 건너간 내 친구는
얼마나 신발이 신고 싶을까
살아서 다시 신는 나의 신발은
오늘도 희망을 재촉한다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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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가장
소원하는
한가지는
이고지고산
세월
19년
농부인 나의 옆지기
철없는 아내
함께
살아오며
힘든 때도
많았겠지만
그래도
살아온 날
기쁨도
많았을 터인데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맘속까지 알 수 없기에
그저
양어깨의 무거운 짐이
버거운 중년의 아버지이기에
그저
힘들겠지만
마을 편하게
하루하루
두아이와
나에게
기쁨을 얻는
그런
하루하루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오십 산 중턱에
올라온 남자의 삶
민들레의 영토
모든 아빠들도
힘내세요
2010년 10월 13일
철없는 농부의 아내
조
윤주
출처 : 민들레의 영토글쓴이 : 나무와새 원글보기메모 :'이해인 수녀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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