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국의 불빛 / 증 재 록*♡
곡절 많은 세월이 바람 같습니다.
전쟁은 죄악임을 기억하고 있는
반세기여의 바람이
홀현홀몰합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어느새 아련해진
54년전 6월의 그날
잊어서도 잊을 수도 없는 역사의
그 회상 속에는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북녘 산모퉁이를 돌아서던 아버지며
보따리를 이고 들고 내 새끼를 살려야 한다고
남으로 남으로 총총 걸음이던 어머니가
포성의 공포로 스르르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산천은 초록으로 너울거리고
논배미마다 질척이는 모내기는 신명의 타령일제
금수강산 감아 돈 자우룩한 탄연은
민족에 시련을 안기며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순명한 용사의 충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전율지운 총성은
살자 죽이자 치열한 전선 사수의 공방
그것은 목숨보다 질기도록 갈구한
자유의 함성이요 애국의 불빛
장미꽃보다도 더 열정이고 아름다운 청춘
그 생애를 다 바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혈전에
초연히 달려 나간 순국의 불빛
붉은 선혈 솟구치는 승전고는
기쁨보다 한 서린 절규로 처연한 진혼가를
불러야 했고 그것은 배달민족 애상의 과보로
삼천리 금수강산을 피로 물들이며
장렬히 산화해야만 했던 기막힌 민족의 애통
이제, 그 지나간 슬픈 역사를 산천 곳곳에 묻고
냉전과 증오어린 분단의 북문을 열리오.
한민족 하나로 북향재배하는 이산가족의 애원이
메아리치고 남북의 화해가 평화통일로 승화되는
희망의 북문을 열리오.
승자도 패자도, 산자도 죽은 자도
동족상잔의 참극인 이 애절한 참호를 박차고 나와
남과 북의 가름목을 넘나드는 평화의 아침을 열리오.
고지고지 자락 능선마다, 산천계곡의 주검 주검마다
자유를 절규한 충용스런 님들이 있어
평화의 깃발을 휘날립니다.
님들이시여!
이제 오늘 2004년 6월 6일
조국 대한의 땅 첫 승전지인 여기 감우재에서
빗발쳤던 총탄에 구멍 뚫린 청동종 소리를 들으며
노도와 같이 일어섰던 포연탄우 속 함성을 들으며
님들의 충정에 숙연히 머리를 숙입니다.
님들이시여!
자유와 평화 그리고 경제와 문화 대국을 갈망하는
호국영령들이시여!
흐르고 덮이는 그 세월의 덮개를 두텁다 마시고,
귀천의 나래를 펴소서
영생하소서.
<짓거리시인 증재록>
* 이 시는 한국전 최초의 승전지인
감우재 충혼비 앞에서 거행되는
제49회 현충일 추모식에서
짓거리시인 증재록 님이
직접 낭송할 추도 헌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