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의 詩

[스크랩] 가을 숙제 (33)

한조각뜬구름 2011. 12. 17. 15:47

                                        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

 

 

 

 

<독서의 창>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정채봉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

는다.

  새 신발을 사면 교회나 사찰 가는 길에 첫 발자국을 찍는다.

  새 호출기나 전화의 녹음은 웃음소리로 시작한다.

  새 볼펜의 첫 낙서는 '사랑하는'이라는 글 다으에 자기 이름을 써

본다.

  새 안경을 처음 쓰고는 꽃과 오랫동안 눈맞춤을 한다.

 

---정채봉, <첫길 들기>

 

 

  새해 아침엔 수녀원에서도 예비수녀들이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세배도 하고 희망을 재촉하는 노래나 연극도 하며 즐겁게 지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누구에게나 다가가서 까치처럼 노래

하고 싶은 새해 첫날.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1년 내내 정리를 해야

하는 서가에서 나는 제목부터 새해와 어울리는 책 한 권을 뽑아 든

다.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책 앞면에 '이해인 수녀님께

98.11.24 눈 내리는 바닷가를 그리며 정채봉 올림'이라고 적어놓은

만년필 글씨에선 아직도 잉크빛을 닮은 바다가 출렁이고, 웃는 얼굴

이 맑고 천진했던 동화작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출렁인다.

 

  얼마 전 순천에 갔다가 그가 누워 있는 공원의 하늘로 철새가 나

는 것을 보았다.  흰 눈 내리는 날, 그가 많은 사람들의 애도 속에 우

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기쁨은 첫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 데 반해 불평은 묵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행복의 열쇠

는 금고를 여는 구멍과 맞지 않고 마음을 여는 구멍과 맞는다.

 

" 그가

남긴 말들을 하나 하나 읽어보니 모두가 다 새롭고 소중한 잠언으로

살아온다.  이웃을 잘 사랑하기 위해서도 새해엔 먼저 나 자신을 올

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지 다짐하며 그가 남긴 <나의 노래>를 다

시 읊어본다.

 

 

  나는 나를 위해 미소를 띤다

  나는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 준다

  나는 나를 위해 꽃향기를 들인다

  나는 나를 위해 그를 용서한다

  나는 나를 위해 좋은 생각만을 하려 한다.

 

 

 

                               <168쪽 ~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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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엄마 어렸을 적에>의 인형작가 이승은 . 허헌선 부부가

한지로 만들어 보낸 성탄등.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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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 성탄축제 이야기

 

<50가지 성탄축제 이야기> 안셀름 그륀

 

 

 

  12월이 되면 너도 나도 나름대로 성탄준비를 하느라 분주하지만

진정 그 깊은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단순한 명절로만 지내

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리스도교 신자건 아니건 간에 이

미 모든 이가 설렘 속에 서로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는 큰 축제로 자

리잡은 크리스마스에 우리 모두가 꼭 한 번 읽어두면 좋을 책이 있

어 소개한다.

 

  <올해 만난 50천사><다시 찾은 마음의 평안>등의 영성 서적으로

이미 많은 독자를 지니고 있는 성베네딕도회 뮌스턴 슈바르작 수도

원 소속의 독일인 사제 안셀름 그륀이 지은 <50가지 성탄축제 이야

기>는 촛불, 탄생, 아기, 동굴, 구유, 크리스마스 트리, 선물, 목자,

천사, 태양, 별, 동방박사 등등 성탄 시기와 관련된 50가지 상징들을

어원에 얽힌 신학적 의미와 함께 현대적으로 해석한 설명서이며 명

상록이다.

 

  "초의 불빛은 밀랍이 타면서 생긴다.  그것은 자신을 다 태워버리

는 사랑을 상징한다.  그러나 때로는 심지를 적당히 잘라주라.  그렇

지 않으면 불꽃이 너무 커져 그을음이 방을 더럽힌다.  이렇듯 사랑

도 너무 요란하면 그대가 탈진하게 된다."(촛불)

 

  "성탄천사들이 그대를 존재의 가벼움으로, 삶의 기쁨으로 인도하

기를! 그러면 그대는 날개를 달고 그들과 함께 잿빛 현실을 넘어 높

이 솟아오를 것이다."(천사)

 

  "별은 그대에게 길을 가리키고 그대를 따라온다.  그대 삶을 넓혀

준다.  그대 스스로도 다른 이들의 길을 가리키는 별이 될 수 있을 것

이다."(별)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생기 넘치는 관계의 표지다.  목

마른 사람에게 갈증을 잠재울 뭔가를 따라주는 것이다."(선물)

 

  이 자그만 책을 정성들여 읽다 보면 그동안 무심히 보아넘겼던

주위의 표정들에 대해 문득 눈이 밝아지는 기쁨을 체험한다.

 

  저자

의 말대로 "성탄은 낙원과 화목한 가정과 이 세상에서의 정착에 대

한 그리움이 마음 깊이 사무치는 시기이기에" 잠시 일손을 놓고 동

심으로 돌아가 유리창을 장식할 색종이 별이라도 몇 개 오려보면

어떨까.

 

 

                       <171쪽 ~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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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끝자락

하루하루

잘도간다

 

 

 

 

 

 

 

 

 

 

2010년 11월26일

 

 

 

 

 

 

철없는 농부의 아내

 

 

 

 

 

출처 : 민들레의 영토
글쓴이 : 나무와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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