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가을 숙제 (13) ~~~^^*
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
<기도의 창>
수녀원 성당의 종
나는 기쁨이란 단어을 무척 사랑한다. 어린시절부터 세상
모든 것들이 나에겐 다 신기하게 여겨져 행복했고 놀라운
것들이 하도 많아 삶이 지루하지 않았다. 나의 남은 날들을
기쁨으로 물들여아지 하고 새롭게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마음의 창에 기쁨의 종을 달자. 사랑하는 이들을 기쁨으로
불러모으자. 슬픈 이들, 아픈 이들, 우울한 이들, 괴로운 이
들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기쁨을 발견하도록 돕는 기쁨천
사가 될 순 없을까? 어쩌면 기쁨은 우리가 노력해서 구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욕심을 조금만 줄이고 이기심을 조금만 버려도 기쁠 수 있
다. 자만에 빠지지 말고 조금만 더 겸손하면 기쁠 수 있다.
남이 눈치채지 못하는 교만이나 허영심이 싹틀 때 얼른 기
도의 물에 마음을 담그면 기쁠 수 있다.
<77쪽>
***********************************************************
주머니용 메모지와 몽당연필
정원의 꽃향기에만 취하지 말고 함께 사는 사람들이 숨겨
둔 내면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야겠다. 숲의 새소리가 아름
답다고만 하지 말고 함께 사는 이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를
노래로 들을 수 있어야겠다.
<78쪽>
***********************************************************
수녀원 방문길에 오빠가 선물한 남매 인형
땅에 떨어진 만리향 꽃잎들이 조그만 별과자 모양을 닳았
다. 은은한 향기인데도 멀리까지 날아가네. 천리향보다는
덜 자극적이면서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 아아 꽃들은 어찌
그렇게 서로 다르면서도 아름답게 자신이 향기를 만들어가
는지! 꽃들이여, 언제나 내 고운 그리움인 꽃들이여, 오늘은
꽃향기 속에 내 몸이 아파 쉼을 필요로 하네.
<79쪽>
****************************************************************
푹
자고
일어난
늘 깨어나는
이른
캄캄한
나만의 소중한
새벽 시간
드디어
시의창을
마치고
기도의창을
시작합니다
제가 재주가 좀 있으면
기도의창에는 아기자기 수녀님의 일상에
아끼시는 소중한 물건들이 사진으로 함께
보여지는데 그것까지 보여드리지 못하여
아쉽습니다.
황금들녘
하나둘
사라지고
텅빈 자리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가을들녘입니다.
2010년 10월21일
철없는 농부의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