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의 詩

[스크랩] 가을 숙제 (13) ~~~^^*

한조각뜬구름 2011. 12. 11. 13:00

                      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

 

 

 

<기도의 창>

 

 

 

수녀원 성당의 종

 

 

  나는 기쁨이란 단어을 무척 사랑한다.  어린시절부터 세상

모든 것들이 나에겐 다 신기하게 여겨져 행복했고 놀라운

것들이 하도 많아 삶이 지루하지 않았다.  나의 남은 날들을

기쁨으로 물들여아지 하고 새롭게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마음의 창에 기쁨의 종을 달자.  사랑하는 이들을 기쁨으로

불러모으자.  슬픈 이들, 아픈 이들, 우울한 이들, 괴로운 이

들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기쁨을 발견하도록 돕는 기쁨천

사가 될 순 없을까? 어쩌면 기쁨은 우리가 노력해서 구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욕심을 조금만 줄이고 이기심을 조금만 버려도 기쁠 수 있

다.  자만에 빠지지 말고 조금만 더 겸손하면 기쁠 수 있다.

남이 눈치채지 못하는 교만이나 허영심이 싹틀 때 얼른 기

도의 물에 마음을 담그면 기쁠 수 있다.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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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용 메모지와 몽당연필

 

 

   정원의 꽃향기에만 취하지 말고 함께 사는 사람들이 숨겨

둔 내면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야겠다.  숲의 새소리가 아름

답다고만 하지 말고 함께 사는 이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를

노래로 들을 수 있어야겠다.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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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방문길에 오빠가 선물한 남매 인형

 

 

  땅에 떨어진 만리향 꽃잎들이 조그만 별과자 모양을 닳았

다.  은은한 향기인데도 멀리까지 날아가네.  천리향보다는

덜 자극적이면서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  아아 꽃들은 어찌

그렇게 서로 다르면서도 아름답게 자신이 향기를 만들어가

는지!  꽃들이여, 언제나 내 고운 그리움인 꽃들이여, 오늘은

꽃향기 속에 내 몸이 아파 쉼을 필요로 하네.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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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난

늘 깨어나는

이른

캄캄한

나만의 소중한

새벽 시간

 

드디어

시의창을

마치고

기도의창을

시작합니다

 

제가 재주가 좀 있으면

기도의창에는 아기자기 수녀님의 일상에

아끼시는 소중한 물건들이 사진으로 함께

보여지는데 그것까지 보여드리지 못하여

아쉽습니다.

 

황금들녘

하나둘

사라지고

텅빈 자리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가을들녘입니다.

 

 

 

2010년 10월21일

 

 

철없는 농부의아내

 

 

출처 : 민들레의 영토
글쓴이 : 나무와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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