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의 詩
[스크랩] 영화<아빌라의 데레사>를 보고
한조각뜬구름
2011. 12. 11. 12:56
![]() 자신을 내어놓은 두려움 없는 사랑의 승리 영화<아빌라의 데레사>를 보고
故 최민순 신부님이 번역하신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1515-1582)의 영성시들을 읽을 적마다 나는 주님을 향한 그분의 뜨거운 사랑을 부러워만 했지 불화살에 찔리우는 사랑은 너무 엄청나서 선뜻 닮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있었다. 가르멜 수녀원에 계신 나의 언니수녀님이 수첩에 빼곡히 적어 건네 준 대데레사 성녀의 말씀들중에서도 특히 '하찮은 일에 우기기를 마구 하지 말라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인내함이 모두를 얻느니라'하는 잠언들을 자주 되새기며 내가 힘들 적마다 도움을 받곤 했다. 지난 해 여름 직접 스폐인의 아빌라에 가서 성녀의 친필과 유품이 전시된 기념관을 둘러 보니 감회가 깊었다. 환시로 본 소년 예수에게 '난 예수의 데레사야, 넌 누구니?'하니 '난 데레사의 예수야'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그 특별한 만남의 층계를 보니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 한가위 연휴에 나는 스페인 텔레비젼(RTVE)에서 제작한 호세리야 몰리나 감독의 <아빌라의 데레사>(베네딕도 미디어)8부작을 보았다. 성녀 대데레사의 삶과 영성을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보고 가까이 느끼게 해 주는 이 영화를 통해서 좋은 영화는 좋은 영적 독서임을 다시 한번 절감하며 영화를 '읽은' 향기로운 여운으로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한 성녀의 생애를 시리즈로 만들어 방영하는 그 나라의 현실이 부러웠고, 영화 제작 당시 최고의 스폐인 국민배우 콘차 벨라스크가 주인공으로 열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컸다. 약 500년전의 모습을 재현한 스폐인의 아름다운 풍광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방해가 안 될만큼 조용한 음악 그리고 가톨릭용어에 충실한 우리말 번역과 여러 성우들의 혼이 담긴 목소리가 편안함을 더해 주어 기뻤다. 가톨릭 신자라면 꼭 한번 쯤 가족 단위, 소공동체 단위로 이 영화를 감상하고 인상적인 대사나 장면들을 중심으로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기회를 만들면 좋으리라 여겨진다. '인생은 짧은데... 세속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차 있고 기도와 희생이 부족해요. 텅 빈 동작, 텅 빈 말 밖엔 없어요' '미루기만 하는 영혼이 되지 맙시다. 주저와 우울은 금물이에요'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열망을 지녀야지요. 착한 정원사처럼 우리 영혼을 잘 가꾸어야 합니다.' '크신 사랑 앞에 난 녹초가 되었어요. 내 마음은 종종 전쟁터와 같았답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영성의 샘물이 그립고 목마른 이 시대에 성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은 하나같이 우리 자신의 고백으로 또는 우리에게 전하는 뜻 깊은 메시지로 들려 온다. 성녀 데레사가 미움, 질투, 분노, 오해의 대상이 되어 궁지에 몰릴 때 주위의 반대를 무릅 쓰고 고독하게 진리를 증언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한 번 쯤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변덕스러움과 나약함을 누구 보다 잘 이해 했던 성녀 데레사, 너무 엄격한 것, 거룩한 것에 교묘하게 숨어 드는 영적 오만과 허영심을 지극히 경계했던 그가 자신과 다른 이의 죄를 보속하는 뜻으로 스스로 편태하는 장면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고통과 환희, 어둠과 밝음이 시시로 교차 되는 그의 부단한 인내와 투지의 영적 여정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적당히 안일하게 살아서는 안되는데...'하는 반성과 성찰로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영화---는 그래서 우리를 지체 없는 회개로 초대 한다. '주님, 저는 성교회의 딸입니다...딸들이여, 회칙과 회헌을 잘 지킨다면 다른 기적이 없어도 성인품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 못된 수녀가 보여 준 나쁜 본보기를 닮지 말아 주십시오. 나를 용서 해 주십시오...' 하고 임종하는 장면에서는 절로 눈물이 흐른다. 성녀의 생애는 한마디로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활활 타버린 불꽃이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 놓은 사랑의 용기가 열매 맺은 사랑의 승리였다. 교회의 학자이시며 우리의 큰 어머니신 성녀 데레사님 하느님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그분을 모욕하고도 천연덕스럽게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하느님만이 전부다' '하느님으로 충분하다고 다시 큰 소리로 말씀하여 주십시오. 작은 고통도 두려워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십자가의 예수를 바라보면 모든 게 쉬워 진다'고 용기를 주십시오. 믿는다고 하면서도 자주 신앙이 흔들리고 세속적 현실과 타협하느라 가끔은 양심의 소리를 저버리기도 하는 비겁한 우리에게 다시 말씀 해 주십시오. '불안을 느낄 적엔 하늘이 보이는 곳으로 가서 산책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자기의 약함을 부축해 주어야 합니다... 주님은 눈물로 가득한 사랑 어린 눈길로 당신을 보고 계십니다. 당신이 주님 곁에 가서 머리를 돌려 주님을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사랑이란 상상의 산물이 아니고 행동이다'라고 끊임 없이 외치시는 어머니 데레사님, '냄비 속에도 주님이 계시다'고 말씀하신 성녀 데레사님 평범한 일상의 삶을 통해서도 관상에 이를 수 있고 성덕에 이를 수 있음을 몸소 삶으로써 보여주신 당신을 따라 우리도 완덕의 길로 힘차게 전진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에 앞서 주님을 찾는 열정 선과 진리를 따라 살겠다는 확신과 결단으로 우리 모두 행복한 순례자가 되도록 전구하여 주십시오. 《2001년10월 평화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