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의 詩

[스크랩] 가을 숙제(5)~~~^^*

한조각뜬구름 2011. 12. 11. 12:52

                   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

 

 

 

<詩(시)의 창>

 

 

 

수녀원 뒷산에 오를 때마다 보물을 줍듯 주워온

솔방울들이 가득한 방에서 산과 숲의 이야길 듣는 동그란 기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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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기차 안에서 세상을 보면

늘 가슴이 두근거려요

 

차창 밖으로 산과 하늘이

언덕과 길들이 지나가듯이

우리의 삶도 지나가는 것임을

길다란 기차는

연기를 뿜어내며 길게 말하지요

 

행복과 사랑

근심과 걱정

미움과 분노

모두 다 지나가는 것이니

마음을 비우라고

큰소리로 기적을 울립니다

 

'어디까지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낯선 이들과의 인사도

새삼 정겨운 기차 안의 시간들

 

사랑은 서로의짐을 져주는 것

서로에게 길이 되어 함께 떠나는 아픔이라고

달리는 기차 안에서

많은 얼굴들을 보며 배웁니다

 

어느날 진정

가벼워지기 위해

오늘은 무겁게 살아도 좋다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38쪽~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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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날의 노래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지만

몸이 아프니 마음도 따라 아프네요

 

아프다 아프다 아무리 호소해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은

그 아픔 알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당연하니 이해해야지 하면서도

왜 이리 서운한 걸까요

 

오래 숨겨둔 눈물마저

나오려 하는 이 순간

나는 애써 웃으며

하늘의 별을 봅니다

 

친한 사람들이 많아도

삶의 바다에 서면

결국 외딴 섬인 거라고

고독을 두려워하면

죽어서도 별이 되지 못하는 거라고

열심히 나를 위로하는

 

별 하나의 엷은 미소

잠시 밝아진 마음으로

나의 아픔을 길들이는데

오래 침묵하던 하느님이

바람 속에 걸어와

나의 손을 잡으십니다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기는

왠지 죄송해서

그냥 함께 별을 보자고 했답니다

 

     (40쪽~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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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

 

 

"이러면 안되는데!" 늘 이렇게 말하다가

한생애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하느님과의 수직적인 관계

이웃과의 수평적인 관계

나 자신과의 곡선의 관계

시원하고 투명하길 바라지만

살아갈수록 메마르고 복잡하고

그래서 부끄러워요

 

좀더 높이 비상할 순 없는지

좀더 넓게 트일 수는 없는지

좀더 밝게 웃을 수는 없는지

나는 스스로 답답하여

자주 한숨 쉬고

남몰래 운답니다

 

그러나 이 또한

기도의 일부로 받아들어주신다면

 

부끄러운 중에도 조금은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가슴을 치는 이 시간은

눈물 속에도 행복하다고 바람 속에 홀로 서서

하늘을 봅니다

 

    (42쪽~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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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첫번째

월요일

이른아침

 

제가요

 

가을여행을

떠나요

 

오늘 동이

트면

출발합니다

 

 

2박3일

 

잘 다녀올께요

 

 

2010년 10월4일

 

 

 

철없는 농부의 아내

 

 

출처 : 민들레의 영토
글쓴이 : 나무와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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