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드러내고 아기 예수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의 성모 마리아 성화는 불경(不敬)한 그림인가, 아니면 아름다운 모성의 표현인가?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가 수유하는 성모 성화를 예술적, 영적으로 부흥(artistic and spritual rehabilitation)시킬 필요가 있다고 최근 보도해 관심을 끈다.

▲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에게 젖을 먹인 장소라고 전해지는 베들레헴 성모수유 석굴에 있는 성화.
【CNS 자료사진】
| 수유하는 성모 형상은 이집트와 초기 그리스도교 성화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나 성모의 성스러움을 떨어뜨린다는 주장과 개신교도들의 성상 배격으로 16, 17세기 이후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 신문은 "예술가들이 언제부턴가 가슴을 드러내고 수유하는 성모 형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정장 차림의 성모화만을 그려왔다"면서 "그러나 그런 묘사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성모의 인간적 모성애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마 살레시안대학 교수 엔리코 달 코보로 신부는 "젖을 먹이는 성모 성화는 하느님 말씀이 참으로 육화(肉化)되었음을 보여주는 설득력있는 증거"라며 "또한 하느님 아들이 인간을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기 위해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음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코보로 신부는 "성모 마리아를 포함해 모든 인간에게 생명의 양식을 주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성모 품에서 양식을 얻고 있는 수유 성화는 재미있는 역설"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도교 역사학자 루세타 스크라피아씨는 "초기 신학자들과 미술가들은 하느님 말씀의 육화를 보여주는 구체적 증거라고 인식해 수유하는 성모를 자연스럽게 논하고 표현했다"며 "그리스도는 신성과 인성을 두루 갖춘 분"이라고 말했다. 또 "문제는 현대인들이 자기 기준으로 이런 전통 성화를 검열하려 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신교는 우상숭배 소지가 있는 데다 격에 맞지 않는다고 성상을 배격한다. 이에 대해 스크라피아씨는 "가톨릭은 그런 지적을 배격하지만, 그들 비난이 교회 미술가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유 성모 성화는 매우 구체적이고 사랑 가득한 형상"이라며 "다만 예술가들은 예술적, 영적 표현을 위해 많은 고민과 기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